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청입니다. 당신 명의로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빨간 경고창이 떴다. “보이스피싱 감지(경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제 보이스피싱은 통화하는 그 순간 AI가 잡아낸다. 삼성전자와 통신 3사가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알아보자.
온디바이스 AI란? 폰 안에서 모든 분석 완료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이다. 온디바이스란 스마트폰 기기 내부를 뜻한다. 통화 내용이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폰 안의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보이스피싱을 탐지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12일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알림 서비스를 적극 이용해달라고 밝혔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관 사칭, 금융범죄 연루 협박, 택배·마케팅 위장 등으로 고도화되면서 일반인이 통화만으로 사기를 판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 전화 앱에 기본 탑재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전화 앱에서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다. 모르는 번호와 통화하면 온디바이스 AI가 음성 내용을 즉시 분석한다.
AI는 수사기관 사칭, 금융정보 요구, 긴급한 행동을 유도하는 표현 등 전형적인 피싱 시나리오를 학습했다. 위험도를 판단해 의심과 경고 두 단계로 나눠 사용자에게 알린다. 모든 분석 과정은 스마트폰 내부에서 처리돼 통화 내용이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는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발신자 정보와 스팸 여부도 사전에 안내한다. 이용자가 통화를 받기 전부터 위험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이 기능은 2025년 7월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에 처음 도입됐고 현재 원 UI 8.0 이상이 적용된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본 활성화 상태로 제공되며 원하지 않으면 설정에서 비활성화할 수 있다.
SK텔레콤 - 에이닷 전화로 대화 흐름 분석
SK텔레콤은 에이닷 전화 앱을 통해 정교한 대화 맥락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 키워드 탐지를 넘어 대화의 흐름, 질문 방식, 심리적 압박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개인정보 제공을 반복 요구하거나 체포·수사 등을 언급하며 긴박감을 조성하는 대화 구조를 AI가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의심 또는 위험 단계 경고를 화면 팝업과 알림으로 전달한다.
이용자 신고 데이터와 스팸 평가 정보를 반영한 실시간 AI 스팸·피싱 탐지, 위험 번호로 발신할 경우 사전 경고, 악성 앱의 통화 가로채기 탐지 등 통신 서비스와 연계된 다층 방어 기능을 결합했다. 향후에는 범죄자의 음성을 식별하는 기술도 추가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에이닷 전화 앱이 선탑재된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은 iOS 17 버전 이상 단말기를 쓰는 SK텔레콤 가입자만 이용 가능하다.
KT - 후후 앱으로 딥보이스 탐지
KT는 후후 앱을 통해 통화 중 실시간 문맥 탐지, 화자 인식, 딥보이스 탐지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사와 상관없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9 버전 이상 단말기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문맥 탐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시나리오를 학습한 AI가 통화 음성을 분석해 피싱 여부를 알려주는 기술이다. 화자 인식 및 딥보이스 탐지는 신고된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목소리나 위·변조된 음성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KT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 4,680만 건 이상의 통화 트래픽 중 3,000여 건의 보이스피싱을 예방했다고 밝혔다. 탐지 정확도도 상용화 초기인 2025년 1분기 90.3%에서 2025년 4분기 97.2%로 올라갔다.
KT는 저사양 단말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AI 엔진을 경량화하는 한편 설치 편의를 위해 연내 단일 앱으로 출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LG유플러스 - 익시오 앱으로 통화 전·후 보호
LG유플러스는 익시오 앱을 통해 통화 중 탐지뿐 아니라 통화 전·후까지 확장된 보호 체계를 구축했다. AI가 대화 패턴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위험을 판단하는 동시에 위·변조 음성을 가려내는 안티딥보이스와 범죄자 성문 정보와 비교하는 음성 탐지 기술을 함께 적용한다.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경고 팝업과 알림음을 제공해 통화를 중단하도록 유도한다. AI가 의심 전화를 대신 받아 내용을 확인하는 자동응답 기능, 문자·메신저 내 악성 URL 탐지 등 통신 외 채널까지 보호 범위를 넓혔다.
안드로이드 14 버전 이상 또는 iOS 17 버전 이상 단말기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익시오가 선탑재되지 않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익시오와 익시오 통화녹음 앱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통화 전 고객이 위험 통화를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를 사전에 안내하는 기능도 선보일 계획이다.
어떻게 작동하나? 실시간 키워드 분석
각 서비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AI가 통화 중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보이스피싱에서 자주 나오는 키워드와 문맥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경찰청, 검찰청, 금융감독원, 은행 등 공공기관 사칭, 계좌이체, 비밀번호, 주민번호, 금융범죄 연루, 체포영장, 안전계좌, 대포통장 등의 단어가 나오면 의심 단계로 판단한다.
여기에 긴급한 행동을 요구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대화 패턴이 감지되면 경고 단계로 격상된다. 화면에 빨간색 경고창이 뜨고 진동과 알림음이 울린다.
모든 분석은 0.5초 이내에 이뤄진다. 통화 내용이 서버로 전송되지 않으므로 개인정보 유출 걱정이 없다. 통화 종료 후 통화 기록에 탐지 기록이 표시돼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지원 - AI 기반 공동 대응 플랫폼 구축
과기정통부는 민간 기술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부터 2027년까지 AI 기반 보이스피싱 통신서비스 공동 대응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함께 보이스피싱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는 지난해 11월 선정된 인공지능 10대 민생 프로젝트 과제 중 하나다. 유관기관과 기업이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공익적 목적의 기술 개발에 개인정보 처리가 수반되는 경우 규제 특례를 통해 뒷받침할 방침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최근 보이스피싱은 AI를 악용한 정교한 수법과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주요 특징”이라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최신 수법들과 대처 경험을 주변 지인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인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 방법과 주의사항
각 서비스는 앱 설정에서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삼성전자 전화 앱은 기본 활성화 상태로 제공되므로 갤럭시 사용자는 별도 설정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통신 3사 앱은 각 앱을 설치하거나 업데이트한 후 설정에서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다만 AI 탐지가 완벽하지는 않다.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이나 자연스러운 대화로 위장한 경우 탐지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정상 통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탐지할 가능성도 있다. AI 경고가 뜨지 않아도 의심스러운 전화는 바로 끊고 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공기관은 전화로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안전계좌 이체를 요구하거나 출처 불명의 앱 설치를 유도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다.
결론 - AI가 지키는 안전한 통화
보이스피싱 범죄는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이제 AI 음성 합성 기술로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흉내 내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수준이다.
온디바이스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는 이런 진화하는 범죄에 맞서는 강력한 방패다. 통화하는 그 순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경고해준다.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삼성 갤럭시 사용자는 이미 기본 기능으로 제공받고 있다. 통신 3사 가입자도 각 앱을 설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바로 설정을 확인하자. AI가 지키는 안전한 통화 환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